의식 깨어나기

'생존'이라는 화두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

한아타 2015. 5. 14.

 

 

같은 동네 사는 아줌마가 한 분 있다. 벌써 알게 된지가 12년이 넘었다.
나보다 13년 이상 나이가 많고, 군대 갔다온 시커먼 아들도 둘이나 된다.
워낙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이다 보니... 이제는 거의 친구처럼 지낸다.
이분.... 특이하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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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밥먹는게 어색하지 않은 사이다 보니, 얼마 전에도 추리닝 바람으로 나가서 버글대는 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었다. 언제나 의연한 강철같은 이분... 근데 치명적 급소가 하나있다. 그건, 여자들의 상여자 행동을 못견뎌 한다는 거다. 이를테면, 내숭쟁이, 눈물 행정, 이중적 언어.... 이런 것들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거부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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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사람이 다양하다 보니, 이런 사람 저런 사람도 있는게 이상한 일도 아니지만... 문제는... ㅎㅎ 이 분이 여자들과의 사이가 별로 안좋다는 거다. 세상과 벽을 쌓고 살듯... 완전 분리 그 자체이다. 어렸을 적부터 집 식구가 세명이나 여자였던 내 경우엔 그런저런 여자들의 모습이 전혀 이상한게 아니지만, 이 분에겐 여자들과의 세상이 전쟁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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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여자들과 문제가 많다. 오해가 많이 발생하고, 남들과는 자신의 모습에 우울해 보일 때도 있다. 특유의 명랑한 특성이 없다면, 말라 죽을 것 같은 느낌이다. 이분에게 컨디션의 원상복구는 ''생존"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건 다행스럽게도 금방 원상복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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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전, 밥먹을 때도.. 그런 저런 자신의 모습을 얘기 하는 거였다. 그런데 언제나 마지막은 해피앤딩(?)이다. 내가 미쳐 위로를 하기도 전에... "근데, 나는 이런 내가 좋다" 라고 명랑하게 말하곤 열심히 닭갈비에 밥까지 볶아 먹는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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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느끼는 건, 자신에 대한 '자존감'은 결국 스스로를 살아있게 한다는 거다. 현실적 괴리감, 내상의 경험은 앞으로도 또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무엇보다 중요한 건 "생존"이라는 문제다. 그게 최 일순위 문제니 다른건 아무래도 그보다는 작은 일들로 애교있게(?) 넘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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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 친구님 때문에 생기는 에피소드로 내상을 경험하는 애꿎은(?) 상여자들은 좀 안타깝지만, 다양성 있는 인간 세상이 가진 일면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맘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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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플라이 이펙트"라고 내가 명명한 하나의 심리현상이 있다. 번역하면 '잠자리 효과'라고 하는 건데.... 자신에게 뭔가 남다른 점이 있다는 걸 알고 있고, 그것으로 인해 삶이 갉아먹힘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똑같은 패턴으로 같은 자리를 다시 돌아온다는 얘기다. 잠자리가 멀리 달아났다가 정확하게 다시 앉았던 자리로 몇초도 안되어 다시 돌아오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같은 패턴으로 몇 일, 몇 달, 혹은 몇 년 단위로 희안하게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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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말해... 사람이 살아가는 '정당화된 자존감'도, '같은 자리를 맴도는 삶의 패턴'도 결국 "생존"이라는 무의식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무의식은 비슷한 자리를 맴돌더라도 이전 패턴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은 '자아'를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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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런 삶의 고리들을 벗어나는 게 해탈이자 깨달음인지 모른다. 어렵긴 하지만, 의식적 인지는 노력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무의식적 고리들을 알아채고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 우리 각자가 가진 숙제일 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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