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의 깨달음

조금은 웃기는 얘기... 그러나 진지한 얘기...

한아타 2022. 12. 11.

 

아주 아주 오랜만에 만난 누군가에게 변해버린 외모를 뒤로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달리 말하면, 내가 나라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물리적으로보자면, DNA나 지문, 홍채, 뇌파 같은 것을 통해 그것이 증명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인들을 구분해 내고 그 사람이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그런 수단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그런 수단들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문 케이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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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정체성을,  내가 나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증명하고 있는 것일까?
바로 '공통의기억'을 통해서이다. 
이전에 서로에 대해 공유했던 기억들, 행동양식, 신념, 양심의 방향.. 등등이 그 사람이라는 걸 알게 하는 부분이 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개개인의 정체성을 인식하게 하는 가장 객관적이고 기본이 되는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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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것 역시도 우리가 개개인을 구분해 내고 서로를 알아보는 필요 충분 조건일 뿐이지, 
미래의 어느 순간에는 '그 사람 자신'이라고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절대적 지표가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AI 기술과 바이오 공학이 엄청나게 발전하게 될 미래의 어느 순간....  나와 똑같은 바이오 신체를  만들고, 나의 기억을 그 클론에 집어 넣을 수 있게 된다면, 그 클론 바디는 정확히 '나'라고 할 수 있을까?
외부 사람들에게는 '나'라고 인식될 수 있을지 몰라도... 나에게 있어서도 그 '클론'은 '나'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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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각도로 이 사실을 다시 풀어보자.
앞서 언급 했던 대로 우리는 내가 '나'라는 사실을  '공통의 기억'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나 스스로'에게도 이전에 지니고 있던 기억을 현재도 가지고 있다는 전제를 통해 자신이 예전의 '나'임을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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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부분을 '윤회'라는 차원으로 가져가 보자.
다른 생물학적 환경 가운데서 윤회한 나는 과연 예전의 '나'라고 할 수 있을까?
일단 할 수 있다 치고.. 그것을 당신은 어떻게 증명하겠는가? 
달리 표현하자면, 당신은 윤회한 지금의 '나'가 예전의 '나'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하겠는가?
생물학적 특징이 서로 다르다는 건 말안해도 기본이 되는 전재 조건이고...
예전의 기억이 전혀 없는데?
'린포체' 같은 전생을 기억하는 극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
거의 대다수의 사람들은 전생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럼... 지금의 '나'는 예전의 '나'인게 맞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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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단계를 뛰어넘어... 또 다른 각도에서 이 문제를 다뤄보자.
한 줄기 희미한 기억조차 나지 않는 이전의 삶의 '업보' 때문에 현생의 삶에서 '고통'을 겪어야 한다면
우리는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나는 실제로 이전에 내가 저지른 씻을 수 없는 죄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는 게 맞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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